<center> - "공사 끝난 현장 기술자들 재배치할 곳은 없고…" 한숨 - </center>


"수주요? 수주는 고사하고 입찰이나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입찰성수기를 맞아 북적대야 할 공공건설시장이 한산해도 너무 한산하다. 
인천 소재 3등급인 A사는 요즘 하루 입찰에 들어가는 공사가 1~2건에 불과하고 계열사인 경기 소재 3등급 업체까지 포함해서 고작 3~4건이다.
지난 13일에는 이 2개사가 들어간 입찰이 단 1건이었다. 
이 회사 영업담당 상무는 "그나마 입찰에 들어가는 공사도 수억원에 불과한 관내 소규모 공사"라며 "10억원 이상 공사의 입찰은 1주일에 1건 정도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A사의 수주실절 또한 지난해와 비교해 형편이 없다. 
A사는 지난해 이맘 때까지 공공건설시장에서 2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는데 올해에는 손에 쥔 수주고가 고작 4억원이다. 
A사는 22일 오후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영업부서 모든 임직원이 수원 광교산으로 수주기원제를 떠났다. 
수도권에 소재한 A사의 경우는 지방소재 업체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충북 소재 3등급인 B사는 지난 21일 단 1건의 입찰도 보지 못했다. 
B사는 계열사로 5등급 업체, 등급 외 업체, 전문건설업체 등 3개사를 갖고 있는데, 지난 21일 이 4개사가 개점휴업을 한 것이다. 
B사의 한 임원은 "충북도의 경우 공사발주가 지난해와 비교해 건수에서 42%, 금에서 30% 이상 줄었다"며 "계열사를 포함한 4개사가 올해 공공시장에서 단 1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가 끝난 현장은 늘어나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기술자들을 재배치할 현장은 없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건설업체들의 입찰난은 중소건설업체들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중견 및 대형 등 건설업계 전반이 입찰이 없어 아우성이다. 
중견업체로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는 50위권의 C사는 이달 들어 입찰을 본 공사가 고작 4건이다. 
이 회사 영업담당 팀장은 "실적이 많은 우리가 이 정도면 다른 중견업체들은 더욱 사정이 어려울 것"이라며 "국토관리청 등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추정가격 3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 공사는 22일 하루 무동지구 부지조성공사 1건이 입찰집행됐다. 
지난 7일 오산시민스포츠센터 신축공사가 입찰집행된 후 보름 만의 일이다. 
또한 이달 안에 4건의 입찰이 남아 있어 이달 한달 동안 입찰집행됐거나 집행될 최저가낙찰제 공사는 모두 6건이다. 
지난달의 7건과 지난 3월의 9건보다도 오히려 줄었다. 
건설업계는 공공건설시장이 매년 3~5월 반짝하다가 6월 이후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주춤하기 시작해 여름 휴가철을 거친후 오는 9월부터 다시 재개되는 점을 들어 올해의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5월까지 일정량의 수주고를 쌓은 후 여름을 맞았는데 올해에는 전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건설업체들 대부분이 민간건설시장이 죽어 공공건설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건설시장마저 이 모양이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처럼 공공건설시장이 개점휴업상테에 있는 이유를 새 정부의 틀이 잡히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새 정부가 예산 10% 절감을 중요 정책의 하나로 삼으면서 발주기관들이 예산절감에 골몰해 예정된 공사들의 발주가 지연되고 있다"며 "예산 삭감을 위한 사전 심의를 강화하고 있는것도 발주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와 건설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건설업체들의 부도가 급중하는 등 올 들어 건설업체들의 사정이 크게 어려워진 점을 감안해 정부가 공공건설시장을 통해 건설경기의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 대형업체 관계자는 "건설산업은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이 커 건설업체들의 부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공공건설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건설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은 "올해 공공건설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던 혁신도시나 행정도시의 물량들이 새 정부 들어 연기되고 있고 공공부문의 주택공급도 민간부문의 부진을 받쳐줄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건설업체들마다 물량난을 토로하고 있다"면서 "지금 건설시장의 상황은 공공부문의 역할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div align=right> - 일간건설신문(08.05.23)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