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 -계약제도 철저한 가격 중심으로- </center>

올해 말 건설업계가 직면할 상황을 본지가 정부,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시나리오다.
이처럼 겸업 허용을 시작으로 한 생산체계 개편속도와 최저가낙찰제 확대 공약으로 대표되는 가격 중심 입찰제의 부활 여부가 올해 건설환경의 핵심변수로 꼽힌다.
물론 이들 변수의 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중심으로 한 새 정부의 손에 달렸다.
그러나 이 당선인의 공약과 인수위의 최근 활동, 그리고 인수위 핵심인사들의 연이은 발언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와 재정경제부 역시 이 같은 방향의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며 올해 상반기 각각 의뢰할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개혁강도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3차 진흥기본계획 변수
올해는 겸업 허용을 시작으로 '제3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 중심의 생산체계 개편작업이 가속화된다.
그 과정에서 당초 건교부, 국토연구원의 예측에 따른 4,000개사의 업종 교차진출과 일반 7,000곳, 전문 1만5,000곳 등의 무실적 업체의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강력한 개혁안을 지향했다가 업계반발에 밀려 올해 별도 연구용역 의뢰를 통해 재조정하기로 한 3차 진흥계획 추이는 최대 변수다.
영업제한 폐지, 건설업종 재편, 보증ㆍ공제 분리는 물론 건축설계 겸업까지 업종별로 이해가 첨예한 반면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필수요소들에 대한 처리방향이 망라됐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새 정부의 몫으로 넘어간 이들 현안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인수위 쪽에서 한계기업 부양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등의 직접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나왔고 건설 전문가들에 의뢰된 인수위의 건설부문 정책보고서 기조 역시 철저한 시장원리쪽에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양대 김수삼 부총장은 "새 정부의 건설산업 개혁작업이 3차 진흥계획안을 능가하는 강력한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국토연 김재영 선임연구위원도 "새 정부 출범 후 영업제한, 공제ㆍ보증, 설계겸업, 업종구분 등의 생산체계 문제와 주계약자 공동도급, 최고가치낙찰, 실적공사비고도화, 건설공사 사후평가 내실화 문제가 집중 논의, 처리될 것"이라며 "최저가낙찰제 확대도 재경부의 저가심의 기준 개편등 보강책과 더불어 시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교부 관계자는 "건설산업 선진화 면에서 보면 3차 계획과제의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업계의 준비기간과 공감대가 있어야 원활한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용역 결과를 지켜본 후 새 정부의 기조까지 고려해 최종 추진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제도 가격 중심 재편
새 정부가 출범시킬 올해 계약제도는 철저히 가격 중심으로 운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과거 서울시장 재직 시절의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 발주사례를 차지하더라도 임기내 평균 경제성장률 7% 목표 달성을 위한 한반도 대운하 등의 초대형 국책사업을 한정된 예산 아래 집행하려면 가격 중심의 입찰제 운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작년 최고가치낙찰제, 턴키ㆍ대안 개혁 등을 통해 가격이 아닌 기술 중심의 낙찰방식이 성장할 기반이 마련됐지만 새 정부 아래 입찰제가 가격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국가예산 20% 감축'과 대운하 등 대형국책사업추진이라는 엇갈린 목표를 동시에 성공시키려면 건설업계의 실행 폭을 깎아내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공공공사의 경우 최저가낙찰제가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대운하사업처럼 임기 내 완공이 시급한 일부 물량은 공기단축책으로 턴키방식 가운데 가격요소배점폭이 높은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이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자사업 역시 가격평가 배점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 초 민자방식 착공을 목표로 추진될 경부운하 사업의 경우 낮은 타당성에 따라 불가피한 통행료(운송료) 인상에 따른 국민적 비판 무마책으로 참여 건설사에 대한 저가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민자방식의 경부운하는 물론 재정방식의 호남, 충청운하 사업에 적용된 발주방식들이 향후 새 정부의 모든 공공 및 민자사업에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참여정부 하에서도 행정도시, 혁신도시에 시범적용하기로 한 최고가치낙찰제도의 전면 확대가 모색됐고 현재도 입법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새 정부임기가 지속되는 향후 5년간 민자, 공공등 건설공사 발주방식 전체가 최저가 등 철저한 가격 중심의 입찰제도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추진방향 용역 상반기 발주
재경부 역시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당선인이 내세운 핵심 공약일 뿐 아니라 한반도 대운하 등의 초대형 국책사업을 또 다른 공약인 '예산 20%절감 목표'에 맞춰 시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재경부가 중점 검토하고 있는 점은 오히려 공약대로 '전면 시행'하느냐, 아니면 100억원 이상 공사로만 확대하느냐이다.
부실시공 등 공사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가심의제도는 작년 손질한 상태이지만 추가손질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재경부가 올해 중점 추진할 계약부문 기타 현안은 최고가치낙찰제 확대시행, 주계약자공동도급제 도입, 계약법령 전면 정비등 3건이다.
지난해 턴키ㆍ대안제도 개선, 저가심의제 개선, 최고가치낙찰제 도입 등 굵직한 현안들을 상당수 처리했지만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새로운 계약제도 요구를 추가로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국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행정도시, 혁신도시에 시범 적용할 토대가 마련된 기술제안입찰제, 설계공모기술제안입찰제, 최고가치낙찰제의 전면 시행을 위한 개정 국계법은 올해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재경부는 후속조치로 시범사업 모니터링, 제도 보완 및 조정작업을 거쳐 연말께최고가치낙찰방식을 전면 확대,시행할 계획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지방계약법상 근거조항을 있지만 국계법상 근거가 없어 정부, 투자기관의 공공발주 공사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주계약자공동도급제도 역시 현안으로 꼽힌다.
건교부의 생산체계 개편작업과 맞물린 사안이기 때문에 건교부의 연구용역과 자체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처리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재경부는 나아가 예산낭비 요인을 최소화하고 발주기관 재량을 늘린다는 방침아래 현행 국계법과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관리법 등에 산재한 계약관련 제도의 전면 재정비작업도 벌인다는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들 4대 현안의 세부추진방향을 타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상반기 중 발주할 계획"이라며 "제도개선 최종방향은 용역결과와 새로 출범할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iv align=right> -일간건설신문(08.01.04)-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