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급행료’ 건설현장 대부분에서 부활

건설현장 노노갈등 격화…부상자까지 나와

결의만으로는 한계…제도적 보완장치 있어야

 

전문건설사들이 지급을 중단했던 타워크레인 월례비가 건설현장 대부분에서 다시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노동조합 사이의 일자리 다툼은 갈수록 격해져 최근 부상자까지 발생했다. 건설 노사정이 건설현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보자고 결의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변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전문업종인 철근콘크리트 업계가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례비를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반년 정도 지난 현재 건설현장 대부분에서 월례비가 예전처럼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전문건설사가 일을 빨리 처리해달라는 명목으로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주는 ‘급행료’ 개념이다. 그런데 금액이 매월 수백만원에 이를 정도로 커지면서 부담을 느낀 철콘업계가 지급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자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안전 등을 이유로 작업 속도를 평소보다 늦췄고, 건설현장 가동에 부담을 느낀 많은 철콘업체들이 다시 월례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수도권에 주택건설현장을 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월례비 지급 중단 선언 이후 철콘사가 강경하게 나왔지만 결국 철콘사가 다시 월례비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원청에서도 월례비 지급 문제를 고민해 봤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어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갔다”라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가동을 정상화하려고 철콘사가 지급하지 않은 월례비를 원청사나 타워임대업계가 대신 지급하는 방안도 고민했으나 양쪽 모두 지급방식이나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건설현장 일자리를 두고 건설 노조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도 점차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인천의 한 주택건설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 기사 일자리를 두고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설산업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와 한국노총 연합노련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 건설산업노조 소속 조합원 2명이 화상을 입는 일까지 벌어졌다.

건설산업노조 관계자는 “일자리 문제로 다툼이 벌어져 연합노련 조합원이 건설산업노조 조합원에게 화상을 입혔다”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을 벌이며 일자리를 요구했지만, 최근에는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등 일자리 갈등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건설 노사정이 지난 6월 불법적인 요소가 많은 월례비와 같은 금품수수나 일자리 요구를 줄여보자며 결의문까지 마련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는 월례비나 일자리 문제 모두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인 만큼 단순한 결의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타워크레인만 하더라도 임대는 종합건설에서 하지만 실제 사용은 전문건설에서 하면서 관리 측면에서 애매한 부문이 생긴다”면서 “계약 체결 방식 등을 새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