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일자리 놓고 곳곳서 충돌

타워 점거 고공농성에 폭력 사태도

상생·공정 노사문화 협약 '공염불'

투자 부진으로 일감 감소 영향도

업계 "건설현장 두 번 죽이는 일···불법행위에 대한 정부 대책 시급"

 

지난 6월 건설노조와 건설업계, 정부가 상생과 공정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노사정 협약을 맺었지만, 반년이 지난 현재에도 건설현장에서의 양대 노총 충돌이 오히려 확산되는 모습이다.

고공농성과 노조 간 폭력사태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공사 중단과 인력조달 차질로 건설현장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연합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본부 노조원들은 지난 3일 양산시 동면 사송지구 아파트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민주노총에 빼앗긴 한국노총 조합원의 일자리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자신들을 채용하지 않으면 건설장비 등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해 이 현장에 있던 한국노총 조합원 60여명이 쫓겨났다는 주장이다.

광주에서도 지난 10월15일 한국노총 건설노조원이 광주 북구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벌였다.

한국노총 측은 “민주노총이 현장에서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들만 빼놓고 작업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달 30일 전남 순천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한국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2명이 민주노총 조합원에게만 일감을 준다며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을 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에 가입한 전 조합원에게 ‘위약금 500만원을 내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

민주노총 전국 건설노조 대전·충청 타워크레인 지부가 지난해 노조를 탈퇴하고 한국노총으로 옮긴 조합원들을 상대로 위약금 500만원을 내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전북에서는 같은 노조 소속 조합원들 사이에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지난 5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한국노총 조합원 간 폭력사태가 빚어졌는데 이 역시 이 현장에서의 일감 다툼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현장 노노갈등은 건설경기와 투자 부진에 따라 건설현장과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용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건설업의 경우 2017년 말까지 생산지수가 플러스였으나 2018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계속 하락세를 보인다”며 “올해 6∼7월 고용지수가 살짝 반등했으나 이마저도 계속된 하락세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수주 부진 때문에 일용직 임시직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특히, 제조업·건설업에서 이 현상이 도드라지며 내년에도 전반적인 고용상황은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노 간 충돌사태가 이어지면서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고 숙련인력을 수급하지 못하는 건설현장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노 갈등은 건설현장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면서 “현장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정회훈기자 hoony@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