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건설사인 A업체는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Canakkale Highway and Bridge)의 하도급 공사를 수주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보증서 발급을 거절당해 곤욕을 치렀다.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내년도 해외건설 금융지원 예산이 축소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는 중소ㆍ중견 건설사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원 규모가 줄어들면 재무건전성과 신용등급이 낮고 해외건설 수주 경험이 부족한 중소ㆍ중견 건설사 대상 자금 지원부터 감소하기 때문이다.

21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라크 등 초고위험국가 진출을 위한 특별계정 신설 관련 내년도 예산안이 축소됐다.

당초 편성된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수출입은행의 초고위험국가 프로젝트 수주지원 관련 특별계정에 20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위원회의 예결소위를 거치는 과정에서 당초 보다 20%(400억원) 삭감한 16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1조원 규모로 설치할 계획이었던 수은의 초고위험국가 수주지원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현재 특별계정에는 정부 배당유보금 2000억원과 추가경정예산 300억원을 포함해 2300억원이 적립돼있다. 수은은 이에 매칭해 연내 2300억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내년 정부가 계획된 16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해 수은이 추가로 1600억원을 매칭해 출연하면, 특별계정 규모는 7800억원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수출신용기관(ECA) 관계자는 “1600억원으로 삭감된 수은의 특별계정 정부 출자 예산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특별계정 규모는 7800억원을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사업을 추진 중인 무역보험공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예산안 편성 당시 정부는 초고위험국 지원(2200억원)을 포함해 무역보험기금에 총 3700억원을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야당의 반대로 해당 예산안은 보류 처리된 상황이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초에는 야당 측이 초고위험국가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할 계획이었는데, 금융지원의 중요성 때문에 일정액 삭감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라면서 “위험국가에서도 자금회수가 어려운데 초고위험국가에 진출할 때 굳이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게 야당 측 논리”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금융지원 축소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중소ㆍ중견기업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금융지원액이 줄어들면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그 과정에서 신용도가 낮고 수주 경험이 부족한 중소ㆍ중견 건설사에 대한 보증 및 대출 문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원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대형 건설사에만 해당된다”면서 “해외건설공사를 수주한 이후 발주처가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담보할 수 있는 현지 은행의 보증서를 요구하게 되는데, 이게 막히면 해외건설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보증서 발급뿐만 아니라, 사업성을 담보로 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기관이 PF 심사를 진행할 때 사업성 외에도 건설사의 신용도와 재무제표, 트랙레코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소ㆍ중견 건설사를 위한 특별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자금지원 규모도 현저히 작다”면서 “중소ㆍ중견 건설사만을 위해 펀드를 조성하거나 PF 추진을 위한 사업성 검토 및 컨설팅, 자문 업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샛별기자 byul0104@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