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인프라 갈 길 멀다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꾀하려면 교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정부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정책기조가 바뀌고 있지만, 확장적 재정정책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상호)은 최근 발표된 ‘2019년 WEF(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 순위’를 집중 분석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WEF의 2019년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41개국 중 13위로 전년 대비 2계단 상승했다. OECD 36개국 중에서는 10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를 지칭하는 ‘30ㆍ50클럽’ 중에서는 5위를 기록했다.

일견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인식된다. 12개 부문 지표 중 인프라 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전체 6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인프라 부문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프라 부문의 지표를 구성하는 12개 세부 항목 가운데 △전력 접근성(2위) △해상 운송 연결 정도(3위) △철도 서비스(4위) 등은 높은 순위를 나타낸 반면 △도로의 질(9위) △해상교통 서비스(11위) △공항 연결 정도(16위) △철도 밀도(23위) △도로 연결성(26위) 등은 평균을 크게 하회했다. 에너지 인프라는 높은 반면 교통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국토 면적과 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국토계수당 도로연장’은 2012년 기준 OECD 34개국 중 30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양적인 측면에서 도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교통 인프라의 부족은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OECD가 2016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통근시간은 58분으로 OECD 국가 중 통근시간이 긴 나라에 속했다. 국내 여러 조사 결과에서도 수도권의 출퇴근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최대 3시간을 길에서 버리는 셈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들어 정부가 인프라 투자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서만 정부는 대규모 인프라투자 계획을 줄줄이 발표했다. 국가균형발전 인프라에 24조1000억원, 지역밀착형 생활 SOC에 최대 48조원(3년), 노후 인프라 안전강화에 32조원(4년) 등 총투자액은 최소 104조원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경제장관회의에서 “서민 주택공급을 앞당기고 광역교통망도 조기 착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확대 재정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게 건산연의 지적이다. 엄근용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인프라 투자는 경제성장 및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우리나라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40.5% 수준으로 미국ㆍ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낮다”면서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의 하방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려면 교통 인프라 투자를 앞세운 지속적인 확장적 재정 정책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정회훈기자 hoony@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