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부터 제주2공항까지…대규모 건설사업 번번이 ‘제동’

균형발전인프라ㆍ신도시 교통대책 조기착공도 기대난망

 

대통령까지 나서 건설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지만, 대규모 건설사업은 번번이 환경성 평가 ‘문턱’에 걸려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 일변도의 평가ㆍ협의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균형발전 인프라나 신도시 교통 인프라의 조기 착공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기본계획 고시를 목전에 뒀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중단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정상적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주장은 종전보다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한쪽에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게 됐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대형 건설사업이 환경평가ㆍ협의에 발목이 잡힌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양양군을 비롯한 강원 북부지역의 최대 숙원사업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환경평가 ‘부동의’로 전면 백지화됐다. 지난 수십년간 계획 수정과 보완, 협의를 반복했지만 끝내 좌초된 것이다.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원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은 아직도 강력 반발하고 있고, 담양과 구례 등 전국 주요 관광지에서 계획ㆍ추진 중인 케이블카 사업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앞서 지난해에는 수도권 신도시 교통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노선이 홍역을 치렀다. 10년 진통 끝에 실시협약 단계에 올랐지만, 환경평가 지연으로 착공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부랴부랴 해를 넘기지 않고 착공식을 했지만, 당시 3기 신도시 발표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의지가 없었더라면 장기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조 단위 프로젝트인 동서고속철도(춘천∼속초)와 서부내륙고속도로 건설사업 등도 어김없이 환경평가에 막혀 착공 준비에 차질을 겪었다.

올해 들어서도 정부가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조기 착공 지원을 약속한 12조원대 민자 SOC사업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환경평가ㆍ협의를 거치며 늘어난 비용이 사업성을 악화시켜 투자자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건설투자 지표를 이끌어 갈 총 24조1000억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 인프라 확충사업과 1∼3기 신도시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교통대책도 예외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조기 착공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하고 재정 및 정책지원을 늘린다지만, 현행 평가ㆍ협의 방식으로는 대규모 지연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의 평가ㆍ협의 과정을 그대로 대입하면,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KTX)나 새만금공항 등 거의 모든 예타 면제사업과 GTX B, C노선 등 대규모 교통 인프라 확충사업은 대부분 반려 또는 보류 대상이 될 처지”라면서 “이대로라면 정부가 제시한 착공 및 준공목표를 단 1건도 지키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렇다 보니 최근 국회에서는 환경영향 평가ㆍ협의 결과에서 ‘부동의’를 삭제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이양수 의원 등)됐다. 환경 평가가 과도한 규제로 작동하는 것을 막고 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봉승권기자 skbong@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