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콘텐츠로 예산따기 급급

지자체, 혁신 흉내 사업수주 일쑤

적은 예산 탓 구현 회의적 시각도

우후죽순 사업 자칫 역효과 우려

 

 

빈약한 사업 콘텐츠를 ‘스마트(Smart) 기술’로 포장해 예산을 따낸 뒤 지자체에 나눠 주는 ‘스마트 끼워팔기’가 극성이다.

28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내년 신규 사업 중 하나로 ‘스마트 도시재생 지원사업’에 예산 100억원을 책정하고, 20곳을 선정해 지역당 평균 5억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중 인프라가 부족한 취약지역을 선별해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도시재생을 추진하면 국고를 보조해 주는 사업이다.

인구 감소, 노후 건축물 증가 등 도시 쇠퇴에 맞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은 지난해까지 △경제기반형 △중심시가지형 △일반근린형 △주거지지원형 등 4개 유형이었다. 올해 포항 흥해지역이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특별재생지역 지원사업’이 추가된 데 이어 내년에는 스마트 기술을 입힌 ‘스마트 도시재생 지원사업’을 추가로 늘릴 예정이다.

김은영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도시재생 추진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 뉴딜과 유사하다”며 “소규모 취약지역에서 과연 원활히 추진될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토부가 예로 든 스마트 도시재생 지원사업은 화재 감지 센서나 게이트웨이 등 설비를 아우른 스마트 화재통보시스템을 운영하거나 노약자ㆍ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화재ㆍ연기ㆍ활동감지 센서 등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이는 기존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 뉴딜사업’ 중 충북 제천시가 제안해 채택된 소규모 사업(우리동네살리기 유형)과 다를 바 없다.

턱없이 적은 국고 지원비(1곳당 평균 5억원)도 제대로 된 스마트기술 구현이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로 꼽힌다. 1곳당 최대 30억원의 국비를 지원하는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 뉴딜도 15개 사업지의 국고보조금 집행 실적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초지자체의 경우 스마트 기술 도입 초기단계로, 구체적 실행방안 수립 등 본격적 성과가 도출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A시 관계자도 “굵직한 스마트시티형 뉴딜사업도 사업화가 어렵다. 스마트 도시재생 지원사업도 흉내내기만 하다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 기술 관련 신규 사업이 늘어나면서 국토부의 스마트시티 예산은 2017년 49억8000만원에서 올해 703억6000만원으로 1312.9%나 불어났다. 지자체들도 스마트도시 관련 전담조직까지 만들면서 ‘스마트 사업 따내기’에 열심이다. 전국 78개 지자체(광역 17개, 기초 61개)에 스마트시티 전담조직이 있고, 정부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만 70곳이 훌쩍 넘는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요새 공무원들은 예산 따내기 쉽고, 지자체에 나눠주기 수월한 스마트 관련 신규 사업 만들기에 바쁘다”며 “우후죽순 늘어나는 스마트 관련사업 때문에 정작 초기 단계인 스마트 기술 활성화가 막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