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형 공공임대리츠 단지도 ‘사정권’

부산국토청, 대구ㆍ경남 4개 단지 대상 벌점위원회 열어…내주초 결론

업계, 사이버 견본주택 등 추진방식 달라 같은 잣대 적용 불가

과잉제재ㆍ법정공방 우려 속 타 지방국토청으로 확산될듯

 

감사원의 행정처분으로 시작된 공공아파트 층간소음 부실벌점 논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국 공공임대리츠 단지로 번지고 있다.

각 지방국토관리청이 LH의 임대리츠 단지 대상으로 지적사항을 따져보고 벌점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기술공모와 사이버견본주택 운영 등 일반 공공아파트와는 추진방식이 전혀 달라 과잉제재 우려가 나온다.

벌점 부과가 현실화하면 치열한 법정공방과 소모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업계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부산지방국토청은 지난 29일 오후 대구ㆍ경남지역 4개 공공임대리츠 단지의 층간소음과 관련해 6∼7개 시공사에 대한 부실벌점위원회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LH는 감사원 처분에서 제외된 공공아파트 전반에 걸쳐 층간소음 지적사항을 확인ㆍ점검해 국토부에 벌점 부과 여부 심의를 요청했다.

부실벌점은 원칙적으로 발주기관이 심의ㆍ부과하지만, 관련 규정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에는 국토부에 일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임대리츠의 층간소음 벌점문제는 향후 전국 각 지방국토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견본세대 성능시험 전 또는 완충재 품질시험 전 본시공 착공, 콘크리트 바닥슬래브 평탄도 기준 미달 등 3가지다. 이미 LH가 총 73개 건설사에 벌점을 부과한 항목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부산국토청은 이날 심의에서 벌점부과 여부를 확정 짓지 못했다. 추가 논의가 필요해 다음주 초에나 심의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임대리츠도 일종의 공공아파트이지만, 앞선 벌점 대상과는 추진방식이나 사업내용 등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부산국토청이나 LH로서도 이전 사례와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데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 이례적으로 해당 시공사들까지 참석시켜 직접 소명기회를 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최저가낙찰제나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한 일반 공공아파트와 달리 기술제안 공모를 거쳐 시공한 임대리츠에도 일률적으로 벌점을 부과하는 것은 과잉제재라는 주장이 나온다.

설계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한 가운데 평탄도 등 관련 기준에 위배되는 사항은 이미 평가나 시공과정에서 걸러졌고 공사감독 역시 LH가 직접 수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견본주택 및 완충재 시험 이전 착공을 문제 삼는데 이는 온라인 사이버견본주택을 운영한 공공임대리츠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별도의 견본주택을 마련하지 않고 실제 현장에 1가구를 우선 시공하고 견본주택으로 활용했는데, 이를 두고 착공순서나 소음측정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적어도 상하좌우 등 9가구가 마감을 끝낸 상태에서 측정해야 하는 기준을, 골조상태에서 1가구를 우선 시공한 견본에 적용할 수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업계는 임대리츠에도 벌점을 부과한다면 곧바로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소모적인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공모사업은 앞서 벌점을 받은 업체들과 달리 단독 참여한 중ㆍ대형사가 다수 포진해있어, 벌점으로 인한 입찰참가 제한이나 선분양 제한 등 후폭풍이 더욱 광범위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

한편, LH 측은 이와 관련 벌점부과 여부는 국토부(지방국토청)가 결정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언급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관련업체의 의견과 현장여건을 충분히 고려하되, 벌점부과는 법과 기준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심의하겠다”라는 원칙만 되풀이했다.

 

봉승권기자 skbong@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