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724배에 달하는 산림 530㏊를 태우고 진화된 이번 강원도 산불은 자칫 초대형 인재(人災)로 확대될 우려가 있었지만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잘 갖춰진 사회인프라 시설이 안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투자라는 사실을 이번 대형 화재가 또 한번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오전 기준 12만 명 넘는 인원의 지지를 받았다. 소방청의 민첩한 대응능력으로 화재를 성공적으로 진압하는 데 따른 국민들의 지지가 반영된 것이다.

소방청은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 고성에서 산불이 시작되자 1시간만에 서울, 인천, 경기, 충북 지역 소방차 출동을 지시했고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전국 각지의 소방차 820대가 밤새 어둠을 뚫고 현장으로 달려가 강원도 소방관들과 힘을 합쳐 불을 껐다.

소방당국이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었던 핵심 배경은 지난 2017년에 전면 개통된 서울~양양간 고속도로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는 동홍천~양양 구간이 기본설계 완료 후 17년만에 완공된 도로다. 이 구간 사업비만 총 2조4183억원이 투입됐다. 도로 완전 개통 후에 수도권과 강원도 동해안 지역 간 통행권이 90분대로 단축됐다.

특히 2016년 11월 개통된 동해고속도로와 양양 JC까지 연결되면서 국토 최북단 동서 8축과 최동단 남북 7축 간선도로망이 교차된 점은 산불 발화지점인 일성콘도 근처 진입이 가능하게 했다. 일성콘도 인근은 2016년 11월 개통된 동해고속도로의 시발점이자 종점이다. 또한 전국 소방차와 소방인력이 빠른 시간안에 속초에 집결할 수 있었던 것은 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해 고속도로망과 간선도로망이 교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강풍에도 불구하고 초고압 물대포를 쏘면서 산불에 맞대응 할 수 있었던 것은 고속도로 인프라 확충으로 차체 전폭이 큰 소방차가 무리 없이 화재 현장에 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재 진압관련 인프라도 크게 급증했다. 2005년 낙산사를 소실시키며 1141㏊를 불태웠던 양양화재 당시 산불진화헬기는 39대에 불과했으나, 이번 화재엔 47대로 크게 증가했다. 야간 특수 진화대 인력도 48명에서 329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번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낮은 전선 지중화율은 역시 관련 인프라 확충을 진행해야 하는 근거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성화재를 포함한 강원도 봄철 산불이 빈번한 이유로 ‘전신주 지중화’율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중화란 전선류를 땅에 묻거나 설치하는 방법으로 변압기, 전선 등을 지하에 매립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중화 작업을 하기 위해선 일반 전신주를 세우는 것과 비교해 보통 비용이 9배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정이 부족한 강원도는 기타 서울시, 광역시에 비해 지중화율이 최하위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 기준으로 강원의 가공 배전선로 지중화율은 8.3%에 그쳣다. 서울(58.4%)과 50%포인트 넘게 격차가 발생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