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시차장애 ②착시현상 ③의문부호

올 들어 공공·민간투자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SOC(사회기반시설)라면 치를 떨던 문재인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4조원을 웃도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23건을 내놓더니 사실상 접었던 민간투자사업을 경기 회복의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시킨 것이다.

얼핏 보면 공공·민자시장에는 이만한 호재가 없는 것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민자 활성화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시차장애, 착시현상, 의문부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불편한 진실’을 해소하지 않고는 문재인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민자 활성화를 통해 기대하는 침체된 경기의 ‘터닝 포인트’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시차장애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과 일정을 대폭 앞당기기로 한 민자사업의 발표 시기와 실제 집행 시기 간 갭이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의 경우 현재 예비타당성조사에 길게는 수년을 빼앗기고 있는 데다 예비타당성조사의 문턱도 높은 탓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준다는 것은 한마디로 ‘프리패스’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 받더라도 아직 기본계획, 기본·실시설계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 데다 언제, 어디서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를 총사업비 협의, 환경영향평가 등도 피해 갈 순 없어 실제 집행 시기는 그야말로 예측불가다.

민자사업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앞선 시설사업기본계획(RFP)과 제3자공고문 작성, 사업계획서 평가, 우선협상자 지정, 실시협약 및 금융약정 체결 등 첫삽을 뜨기까지는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한둘이 아닌데, 이 과정에서도 돌발변수가 적지 않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시차장애를 최소화하지 않는 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민자사업 활성화의 기대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착시현상은 신규 물량에 대한 얘기다.

특히, 착시현상은 민자사업에서 두드러진다.

정부가 내놓은 올해 민자사업 추진방향에는 철도의 경우 신안산선, 동북선 경전철, 도로는 평택~익산, 광명~서울, 만덕~센텀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우선협상자 선정을 완료하는 등 이미 추진이 확정된 프로젝트들이다.

어차피 뒤집을 수 없는 수준까지 진도가 나간 사업들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임팩트는 작을 수밖에 없다.

반면 민자시장을 뜨겁게 달굴 만한 새로운 재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위례~신사선, 승학터널, 오산~용인 고속도로 정도다.

정부가 ‘민간투자 활성화 추진 협의회’ 운영 등을 통해 신규 사업 발굴에 나서겠다고는 했지만 신규 사업을 제안해야 하는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일 만한 당근은 여전히 마땅한 게 없다.

공공·민자시장의 ‘불편한 진실’ 중 의문부호는 제도·정책에 그 방점이 찍힌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성 분석 비중을 줄이는 대신 지역균형발전 비중을 높이고, 예비타당성조사 기간도 대폭 단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자제도도 대상시설을 현행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확대하고, 제안서 검토기관을 KDI(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국토연구원, 교통연구원 등으로 다원화하겠다고 했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민자제도의 경우 실시협약 등 정보공개 강화, 민자도로 요금 인하 등 민자사업 활성화에 역행하는 장치들도 배치된 게 현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공공·민자시장에 다양한 호재가 잇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함정들이 있다”며 “서둘러 보완하지 않을 경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민자사업 활성화도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남·최남영 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