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알맹이 빠진 로드맵 발표


     



[e대한경제=이재현 기자]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제로)을 실천하기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탄소 관련 세제와 부담금, 배출권거래제 등 탄소가격체계도 전면 재설계하기로 했다. 또한 철강ㆍ시멘트ㆍ석유화학 등의 산업을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고, 전국 2500만세대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탄소중립 실행과정에서 최소 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 및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세부 계획안은 내놓지 못했다. 알맹이가 빠진 전략이란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3면

정부는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2050 탄소중립’의 실천 로드맵이다. 정부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적응적(adaptive) 감축’이 아닌 ‘능동적(proactive)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탄소배출이 많은 우리 산업ㆍ기업 특성상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선제적 대응으로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 합동 기구인 가칭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경제구조 저탄소화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등 3가지 정책방향과 이를 뒷받침할 재정ㆍ금융 제도 정비방안을 내놨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기후대응기금이다. 비슷한 성격의 특별회계와 기금을 통폐합해 새로운 기금을 조성,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산업ㆍ기업 지원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탄소세와 경유세 도입을 포함해 탄소가격체계를 재구축하는 작업도 추후 추진하기로 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기존 산업의 저탄소 전환도 유도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탄소중립을 통한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은 시대적ㆍ세계적 흐름으로 우리에게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창한 비전과 달리 세부 추진전략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소 400조원으로 추산되는 민간기업의 부담과 전기료 인상 등 국민적 부담을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대한 대응전략이 없다는 비판도 크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면 국민의 에너지비용 부담이 급증할 게 불보듯 뻔하다”며 “결국 국민의 세부담을 높이는 보편증세가 불가피한데, 이 대목은 쏙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재현기자 ljh@

〈e대한경제-2020.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