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냉정한 현실 인식이 먼저다


“시장의 우려가 무엇인지 살피는 장관 되기를”

쾌도난마는 없다…많이 듣고 멀리 보고 기본을 생각하라

축하 드리고 싶다. 그러나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축하 드릴 때도 받을 때도 아니다. 어느 한가한 시절 같으면 개인의 영예이고 가문의 영광이겠지만, 지금은 무겁고 무서운 자리다. 누구보다 내정자 본인이 절감하고 있으리라 본다.

내정 사실이 공표되자마자 많은 기자들이 전화 인터뷰에 나서고, 심지어 출근길까지 찾아가 기다리는 취재 열기가 나타났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만큼 국민과 언론, 야당의 시선이 변 내정자한테 집중됐다. 과거 SHㆍLH 사장 시절의 숱한 발언들, 교수 재직 시절의 논문까지 들춰내며 향후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추측을 쏟아냈다. 집중적인 관심 만큼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거운 상황이다.

아직 청문회도 시작되지 않은 입장에서 불과 사나흘 사이에 쏟아진 보도에 따르면, 일단 내정자는 공급 지향적 부동산 정책 의지를 피력했다. 내정자는 “시장에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며, 그걸 정부가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여론은 그동안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이 공급 확대로 전환되리라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4전 24패’라는 비아냥처럼, 전문가들은 규제 위주의 대책들이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작금의 혼란을 부채질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주택정책 수장의 교체를 계기로, ‘공급을 통한 안정’ 정책기조가 자리잡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 국감 때 내정자 발언처럼 ‘끊임 없는 공급 시그널로 패닝 바잉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또한 여론은, 걱정스러운 전망도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공공의 역할만으로 충분한 공급 확대가 어렵고 민간의 역할도 중요한데, 민간 역할을 확대하는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 등 민간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기’로 치부되고 있어서다. 변 내정자도 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답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야권이 평가절하 하는 이유다. 개발이익이나 시세차익 환수, 보유세 현실화, 임대사업 옥죄기 같은 큰 줄기의 규제정책 방향이 수정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궤를 같이 한다.

결국 변 내정자와 문 정부 후기 부동산 정책의 성공은, 고집과 집착에서 벗어나 시장 전문가들과 민간 업계의 제언, 심지어 야권의 의견까지 얼마나 수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야겠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투기의 장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자본주의 시장의 영역으로 바라보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사실 지난 3년 반 동안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때려잡아야 할 적폐’로 바라봤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대다수 국민들을 투기꾼으로 몰아부쳤고, 좀더 나은 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기본적 욕망을 ‘악’으로 규정했다. 부동산 부자와 서민의 대결 구도를 형성시켜 사회적 대립과 계층 간 위화감을 키웠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분양가 제한은 로또 열풍을 불러 부동산 시장의 또다른 악재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치’로 폄하 받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기존 정책방향을 일관성 있게, 충실히 이어가겠다고만 한다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시장과 싸우려 하지 말고 이제는 시장과 화해하기를 바란다. 끝까지 한 번 해보겠다고 오기를 부리지 말기를, 이상에 치우치지도 않기를 바란다.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단기간 내에 ‘쾌도난마’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분양이든 임대든, 1∼2년 사이에 대규모 공급을 단행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장기전 태세를 각오하되, 시장 원리에 입각해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많이 듣고 멀리 보고 기본을 생각하기 바란다. 일선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목표와 방법을 수립하기 바란다. ‘진보학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지 않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기 바란다.

 

신정운 부국장ㆍ부동산부장 peace@

〈e대한경제-202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