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사찰, 채널A 사건 감찰ㆍ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혐의 인정


법무부 검사징계위가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혐의 6개 중 4개를 인정해 정직 2개월 처분을 결정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징계위는 전날 오전부터 이날 오전 4시를 넘겨 17시간30분에 이르는 마라톤 회의 끝에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리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앞으로 2개월간 직무 집행이 정지되고 보수도 받지 못하게 됐다.

검사징계법상 감봉 이상의 징계는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도록 돼 있다. 윤 총장의 정직 여부는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의 손에 달린 셈이다.

앞서 청와대가 “검사징계법상 징계위가 징계 수준을 결정하면 대통령이 그 집행을 거부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제청 즉시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총장은 징계위 처분에 반발해 곧바로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징계위는 윤 총장의 징계 혐의 중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작성·배포했다는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을 비롯해 채널A 사건과 관련된 △감찰 방해와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과 같은 4개 혐의를 인정했다.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교류, 감찰 협조 의무 위반 등 감찰 불응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가 있지만 불문(不問) 결정을 내렸고,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유출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로 결정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의 절차적 공정성 논란 등에 대해 “충분한 감찰기록 열람등사 및 심리기일 지정, 증인신문권 보장 등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징계위 회의 절차에 있어 위법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징계청구 이전 감찰조사 과정의 절차적 논란 사안이 징계청구 자체를 위법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검사징계위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원장은 의결을 마치고 나오면서 “증거에 입각해서 6가지 혐의 중 4가지를 인정하고 양정을 정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해임부터 정직 6개월, 정직 4개월 등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의결정족수인) 과반수가 될 때까지 계속 토론하다가 과반수가 되는 순간 피청구인(윤 총장)에게 유리한 양정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고초를 겪고 계신 국민들에게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오래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국민들께서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린다. 질책은 달게 받겠다”고 했다.

그는 전날 오전에 시작한 회의가 날을 넘겨 새벽까지 진행된 것과 관련해서는 “양정을 놓고 일치가 안 돼 일치될 때까지 계속 토론했다”고 설명했다. 징계위가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결론을) 정해놓고 했으면 이렇게 새벽 4시까지 했겠느냐”며 “계속 결론이 안 나 오래 했다”고 해명했다.

정 원장은 또 윤 총장 측이 ‘최후진술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힌 데 대해 “1시간 후 진술하라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모든 절차에서 충분히 기회를 줬고 증인도 자기들 증인이어서 1시간 정도면 진술할 줄 알았다”고 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청사를 떠나며 “위원회가 여러 측면,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걸 생각하고 결론내렸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이승윤기자 leesy@

〈e대한경제-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