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ㆍ자본 앞세워 무차별 상륙

덴마크社 인천에 8조원 투자

호주업체도 신안풍력 참여 추진

캐나다ㆍ日 업체도 진출 가시화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국내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에너지전환에 이은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으로 국내 풍력시장이 큰 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풍력 관련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글로벌 기업의 유입이 가속화할 경우 그린 뉴딜은 자칫 ‘남의 집 잔치’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은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고, 해상풍력 발전단지 구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덴마크의 국영기업이자 글로벌 풍력업체인 오스테드는 최근 인천 옹진군 덕적도 앞바다에 8조원을 투자해 1.6G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 조성 계획을 밝혔다. 스페인 해상풍력 전문회사 OW 오프쇼어 역시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는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계획에 참여하기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돌입할 예정이다.

호주의 글로벌 에너지 개발 투자 전문기업인 그린인베스트먼트(GIG)도 프랑스계 에너지기업인 토탈과 공동으로 울산 및 전남 신안 일대 2.3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 참여를 눈앞에 뒀다. 이 밖에 캐나다 노스랜드파워, 싱가포르 뷔나에너지, 일본 퍼시피코에너지 등도 조만간 한국 시장 진출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을 노크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전환과 그린 뉴딜로 관련시장 규모가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풍력발전 설비를 16.5GW 규모로 확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해상풍력만 12GW에 달한다. 주요 프로젝트는 전북 서남권(2.4GW)과 신안(8.2GW), 울산(6.0GW), 제주(0.6GW), 인천(0.6GW) 등이다. 지난달 말 기준 풍력발전 설비가 1.6GW인 점을 고려하면 10배 이상 키우는 셈이다.

문제는 국내 풍력산업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핵심인 터빈 기술만 해도 최대 5.5㎿급에 불과해 8∼12㎿급 개발을 완료한 해외 선진업체에 한참 뒤처져 있다. 이대로라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국내 시장을 해외 글로벌기업에 고스란히 내줘야 할 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및 그린 뉴딜의 맹점이 드러났다는 견해가 팽배하다. 특히,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에 도입된 가스터빈 대다수가 GE(제너럴일렉트릭)ㆍ지멘스 등 외산에 잠식된 상황에서, 해상풍력도 LNG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풍력업계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대적인 풍력발전 육성 계획으로 관련산업이 성장할 기회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국내 제조기업들을 위한 시장이 형성될지는 의문”이라며, “성급한 목표 달성보다는 속도 조절을 통해 관련산업도 함께 육성할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미기자 boomi@

〈e대한경제-202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