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바뀌자 사업방향·노선 급변



부산·광주 등 프로젝트 잇단 제동

정치논리에 개발 정책 ‘오락가락’

 

 

6ㆍ13 지방선거로 상당수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이 바뀌면서 지역 핵심 민간개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사업 좌초 위기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역 연고와 지자체장의 정치 논리에 좌우되는 민간개발 사업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21일 건축설계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진행 예정이던 지자체 민간개발 프로젝트 상당수가 발주 연기, 재심사, 사업 전면 재검토 절차를 밟으며 혼선을 겪고 있다. 기본계획 단계에서 사업이 틀어진 셈이니 내년도 사업 집행도 요원한 상태다.

이들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6ㆍ13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이 바뀐 사업지라는 점이다.

가령, 전임 서병수 부산시장(자유국국당) 때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부산 시민공원 재정비촉진지구는 7월 경관심의를 받은 지 1주일 후 심사 결과가 무기한 연기됐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시민공원 재정비촉진구역의 초고층 개발에 대한 층수 규제 가능성을 언급한 지 한 달 만에 사업 심의가 유보가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촉진지구 내 아파트가 최고 층수 60∼65층으로 계획됐는데 50층 밑으로 낮추라는 요구가 나왔다”며 “이미 진행된 시민공원 사업뿐 아니라 부산시가 시행하는 6곳의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도 당분간 유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내년 상반기 중에 6곳 모두 사업시행 절차를 밟겠다던 전임 시장의 추진 일정이 뒤집어진 셈이다.

다른 지자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기 광주시는 올해 초 민간공원 특례사업 2단계 대상 공원으로 중앙공원, 중외공원, 일곡공원, 송정공원 등 4곳을 확정하고 하반기 사업 추진을 약속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일정이 중지된 상태다.

광주시는 지난 4월 중앙·송정공원 민간조성 특례사업에 대한 민간사업자들의 참가의향서를 받고, 6월 말까지 사업 제안서를 받았다. 업체들은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고, 7월 제안심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일정 연기 통보를 받았다.

건설사 관계자는 “광주시장이 바뀐 이후 지역 내에서 광주도시공사의 민간공원 사업이 땅장사라는 비판이 일면서 개발사업 지분을 낮추고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며 “지자체 측에서는 8∼9월 중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벌써 8월이 다 지나가는 데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지자체장의 공약에 따라 움직이는 민간개발사업의 한계가 이번 6ㆍ1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여실히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설계사 대표는 “사업의 기본계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설계사들은 지자체장 교체에 따른 내부 분위기 변화를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낀다”며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다수 지자체장의 소속정당이 바뀌며 사업 방향과 노선이 달라졌고, 7월 중에 사업계획 변경 검토를 요청하는 지자체가 굉장히 많았다”고 전했다.

 

최지희기자 jh606@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18.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