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이재현 기자]결국 초과유보소득세 도입은 기업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애초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지적이 많았는데도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탓이다. 기업들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동시에 정부의 미숙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기업 현실을 외면한 정책을 덜컥 발표했다가 여론이 나빠지면 슬그머니 발을 빼는 ‘감탄고토(甘呑苦吐)’식 행태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3면

1일 정부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밤 국회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초과유보소득세 도입안에 대해 무기한 보류 결정을 내렸다. 배경은 악화된 여론이었다. 초과유보소득세는 대주주 지분율이 80%인 기업이 배당이나 투자를 하지 않고 쌓아두는 유보소득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제도다. 기획재정부는 ‘소득세 회피’가 의심되는 개인유사법인(1인기업 등)이 주요 과세대상이라고 했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세제라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중소건설사들은 미래 사업을 위한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데 강력 반발했다. 지난달에는 초과유보소득세에 중소기업 74%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회가 정부에 초과유보소득세 도입을 보류하기로 한 배경도 이것이다.

감탄고토식 조세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주식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 과세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여론이 좋지 않자 슬그머니 ‘없던 일’로 되돌렸다.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급락하자 뒤늦게 과세확대 방침을 철회했다.

재산세 감면도 사실상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다. 여당에선 세부담 급증에 따른 여론악화를 이유로 감면 대상을 9억원 이하 주택으로 높이자고 요구했으나, 청와대와 정부는 저소득층(6억원 이하 주택)의 세금만 감면해주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재산세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보다 부자과세에 대한 긍정 여론이 더 높다는 판세 분석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여론 추이에 따라 정책을 수시로 바꾸는 정부의 행태가 정책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탁상행정식 정책으로 논란을 키우는 행태가 반복될수록 사회적 갈등비용만 늘리고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꼬집었다.

 

이재현기자 ljh@

〈e대한경제-2020.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