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건설·해운·철강·석유화학업종 대출 4월 51조원→ 9월 48조원


[e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은행들이 하반기 들어 조선ㆍ건설ㆍ철강ㆍ석유화학 등 주요 취약업종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이들 업종 기업의 내년 경영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은행권 대출 축소로 한계기업들의 돈줄 확보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9월 말 기준 조선ㆍ건설ㆍ해운ㆍ철강ㆍ석유화학업종 등 5개 업종 대출잔액은 48조493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기사 3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됐던 지난 4월 51조846억원보다 3조원 넘게 줄었다. 은행들의 전체 기업대출은 올 들어 계속 수조원대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5대 취약업종에 대해서는 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대출이 지난 4월 17조8580억원에서 9월 말 15조8877억원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같은 기간 조선업종 대출도 3조4668억원에서 2조9557억원으로 5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은행 대출잔고를 줄인 영향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취약업종에 속한 중소ㆍ중견기업 대출을 조인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철강과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들이 경쟁력 약화로 내년 전망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선제적으로 (대출을) 줄이고 있다”며 “미ㆍ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큰데 취약업종 대출을 계속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조만간 신용평가사들은 기업들의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신용등급 조정에 나선다. 상반기 ‘부정적’ 전망을 받은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공, 석유화학, 철강업종 등 한계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경우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만기연장ㆍ상환유예 등 정부 금융지원이 내년 초에 끝난다. 이 경우 은행들이 한계기업들에 대한 대출한도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만기를 줄이거나 원금 일부를 갚는 조건 등 만기연장 조건을 까다롭게 내밀 가능성도 높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계기업의 줄도산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의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을 과도하게 조일 가능성이 높아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희기자 maru@

〈e대한경제-2020.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