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3억 기준 논란에 책임

문대통령 즉각 반려 '일단락'

세제·부동산정책 갈등 수면위로

개각 시기 예상보다 빨라질수도

 

[e대한경제=이재현 기자]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주식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3억원)을 둘러싼 논란에 책임을 지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사표를 반려했다. 하지만 경제부총리의 갑작스런 폭탄선언을 놓고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3면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안 심사에 출석해 “(대주주 요건 관련) 최근 2개월간 갑론을박이 전개된 것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대통령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사의 표명 시점에 대해선 “오늘 출근하면서 (사직서를 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주식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10억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주주 요건 강화에 대해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커지자 지난 두 달간 홍 부총리를 압박했다. 때문에 이날 사의표명은 여당의 ‘표 계산 정치’에 맞서 공직자로서 소신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부동산 정책 혼선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3차례 부동산 대책이 실패로 돌아가고, 부총리 자신도 전세난민 신세가 된 상황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홍 부총리의 폭탄선언이 전해진 직후 청와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홍 부총리는 오늘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은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술렁였다. 여당은 당정 간 대립으로 비치는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부 의원들은 “무책임하다”며 홍 부총리를 질타했다. 반면 야당은 “소신있는 발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반려로 홍 부총리의 사표는 당장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 부총리도 “사의를 표명했지만 예산 주무장관으로서 최대한 예산심의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금 및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당정 간 이견이 확인된 만큼 개각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재현기자 ljh@

〈e대한경제-2020.11.04〉